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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생활 -

부자들이 유학 안 보내고 간다는 제주도 국제학교

by 채소아빠 2023. 2. 27.

중국인 IT(정보기술) 사업가 얀보 리 씨는 아들이 태어난 직후부터 아시아 국제학교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상하이·홍콩·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 학교들을 꼼꼼히 검토한 리 씨의 선택은 결국 한국의 제주도였다. 그는 2년 전 제주에 집을 구입, 7학년이 된 아들과 함께 이사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사업은 원격으로 처리한다. 리 씨는 "제주도 국제학교는 교육 수준이 높고 야외활동도 다채롭다"며 "홍콩·싱가포르보다 살기 좋고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제주지역 국제학교인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 주부인 정모씨는 9년 전 딸과 함께 제주도에 내려왔다. 현재 딸은 영국계 국제학교 13학년에 다닌다. 의사인 남편은 주중에 서울에서 근무하고 주말에 제주를 방문한다. 정 씨는 "아이가 창의적인 교육을 받기 원했는데 한국의 일반적인 교육시스템은 너무 빡빡했다"며 "어린 자녀를 해외 유학 보내기는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 제주를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중국 부유층이 자녀들을 제주도 국제학교로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미국·영국 등 먼 서구국가로 조기유학 보내지 않는 대신 교육·주거·자연환경이 뛰어나고 가까운 제주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국 대표 관광지였던 제주도가 이젠 교육도시로 탈바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8년 한국 정부가 제주도 대정읍 농경지 380만㎡(약 115만평)를 국제 교육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을 세운 뒤 15억 달러(1조 8000억 원)를 들여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부유층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제주 국제학교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 전경


이곳에는 현재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 브랭섬홀아시아(BHA),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한국국제학교(KIS) 등 프리미엄 국제학교 4곳이 들어서 있다. 이 중 NLCS는 1850년 설립된 영국 명문학교로, 제주도에 해외 첫 분교를 냈다. 브랭섬홀은 1903년 세워진 캐나다 명문으로 여자 국제학교다.

제주도 국제학교 재학생은 약 4600명. 전체 학생의 85%가 한국인, 중국 유학생이 10%, 몽골·미국·호주·유럽 등에서 온 학생이 5% 정도다. 연간 학비는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으로 최대 5만달러(5900만원)에 달한다. 대학 등록금보다도 학비가 비싸지만 학생 총정원에 비해 입학을 희망하는 수요가 더 많아 늘 대기자가 있을 정도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서구 유명 국제학교 2곳과 추가로 학교 설립 사전계약을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사업들이 추진되면 대정읍 일대 국제학교는 총 6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역 국제학교들은 학비가 최대 연 6000만원으로 비싸지만 늘 대기수요가 있을 정도로 인기다.

부유층이 제주도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이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외국어 습득이 가능한데다 다이빙·스노클링·승마 등 다양한 과외활동도 즐길 수 있다.

국제학교 졸업생의 90% 이상이 세계 100대 대학에 진학한다는 점도 학생이 몰리는 요인이다. NLCS의 린 올드필드 교장은 "더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영국·미국 등 다른 곳으로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제주지역 국제학교가 활성화되면서 초·중·고 학생들의 해외 유학 건수는 크게 줄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초·중·고 학생수는 2006년 2만9511명에서 2019년 8916명으로 급감했다. '기러기 아빠' 등 자주 만나지 못하고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줄면서 한국의 외화유출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고 FT는 해석했다.

 

자녀를 미국·영국 등 먼 나라로 조기유학을 보내지 않고 제주도 국제학교로 진학시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사진=제주도 국제학교인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중국 당국의 사교육 규제도 제주 국제학교의 인기를 더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내에서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상당수의 부유층 학부모들이 제주도 영주권과 자녀들의 국제학교 입학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학교 붐이 지역 부동산 과열로 이어지는 등 개발의 그늘도 있다. 대정읍 일대 최고급 빌라들은 30억~100억원을 호가하는 등 서울 강남지역 고급 아파트보다 비싸다.

대정읍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국제학교들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최근 2년간 아파트 값이 60~70% 급등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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