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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생활 -

스테이크 익히는 정도(레어, 미디엄, 웰던)에 따른 특징

by 채소아빠 2023. 3. 3.

스테이크는 익힌 정도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른데, 크게 레어, 미디엄, 웰던으로 나뉜다.


요리사, 식당마다 기준 차이는 있지만 보편적인 기준으로 심부 온도(섭씨)에 따라 분류하면 레어는 49~50도 초중반, 미디엄 레어는 50도 후반, 미디엄은 60도 초반, 미디엄 웰던은 60도 중반. 71도를 넘어가 완전히 갈변되면 웰던이며, 40도 초중반 이하는 블루 레어 상태다.

 


익힌 정도는 취향이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맛에 있어서 최적의 단계가 존재하긴 한다. 마블링의 지방이 살코기에 딱 녹아들 정도가 최적의 스테이크 굽기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무작정 레어~미디엄 레어가 최고의 미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부위마다, 소의 품종과 마블링 상태마다 어울리는 굽기가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마블링이 적은 안심이나 부챗살은 덜 굽는 쪽이 좋고, 기름이 많은 등심과 그 세부 부위는 좀 더 구워야 좋다. 또한 고등급일수록=마블링이 많을 수록 더 구워서 지방을 녹여주는 것이 좋다.

 

 

블루 레어

블루 또는 블루레어는 고기의 겉면만 익힌 상태로 옆면은 아직도 빨간 부위가 남아 있으며, 안쪽의 경우 1~2 mm 정도만 익고 나머지는 완벽하게 생고기인 상태를 이른다. 보통 레스토랑에서 블루레어는 메뉴에 없는 경우가 많다.

매우 높은 온도에서 겉면만 재빨리 지져서 내부의 육조직, 지방을 익히지 않고 내놓는 것으로, 사실상 스테이크 모양의 육회다. 고기가 두꺼우면 가운데 부분이 아직 차갑기도 하며, 고기로 하는 다타키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 익힌 고기 요리는 유럽에서도, 한국에서도 있는 것이고, 특히 미국 시골에서는 거의 생고기에 가까운 피츠버그 레어라고 해서 몸보신용으로 먹기도 한다. 다만 생고기의 물컹하고 질깃한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은 먹기 힘들다. 이런 스테이크가 있는 이유는 대부분 날고기는 위생 문제로 인하여 그냥 생식할 수가 없기 때문. 소독 차원에서 기름에 데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날고기는 식탁용 칼로는 거의 안 썰리고 눌리고 밀리기만 하기 때문에 먹기도 어렵다. 날고기를 그냥 뜯어먹는 것보다는 외양이라도 스테이크처럼 해서 먹는 게 덜 징그럽기도 하고.

 

 

레어

고기의 겉면만 뜨겁게 익히고 내부는 갈변되기 전에 내놓는 것. 블루레어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블루레어는 겉면을 지지기만 하고 바로 불에서 내리는 조리법이라면, 레어는 지방질이 녹고, 약간의 분홍빛이 돌 정도로 익히는 것이다. 블루에 비해서 겉면은 좀 더 강하게 지져지고, 내부는 붉은빛과 분홍빛 도는 부분이 반반 정도 되는 굽기라고 생각하면 될 듯.

레어는 그냥 속을 안 익히는 게 아니라 육즙과 육조직을 거의 변성시키지 않는 적절한 온도(약 섭씨 50도)를 거치게 해주는 것이 관건이므로 수비드 기계 없이 시도한다면 상당히 까다로운 조리법이다. 정확히는 미오글로빈이 파괴되지 않아서 붉은 것이다. 레어 스테이크와 그냥 설익은 스테이크의 차이는 바로 온도이다. 간혹 고든 램지가 안심 스테이크를 시켜놓고 속이 안 익었다고 욕하는 건, 단순히 안 익어서가 아니라 전자렌지에 돌린 냉동육을 겉만 지져서 내놓는 바람에 겉은 뜨거운데 속은 블루 레어마냥 생고기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미디엄

활용 빈도에서도, 실제 맛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조리법으로 스테이크를 썬 단면이 갈변층과 분홍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디엄의 요체는 바로 분홍색이며, 분홍색이 많은가 적은가에 따라서 미디엄 레어와 미디엄 웰던으로 다시 나뉜다.

 

많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미디엄 레어라는 것은 심부는 약간의 빨간색이 도는 레어와 비슷한 상태로 만들고, 그 외의 부위는 최대한 갈변을 억제해서 겉면만 갈색으로 지지고 분홍빛이 도는 살짝 익힌 부위가 최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 입 베어물었을 때 구운 소고기의 고소한 풍미 그리고 약간 단단하게 씹히는 경쾌한 저작감과 동시에 최대한의 부드러움과 육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각적으로도 미각적으로도 가장 훌륭한 스테이크를 만드는 조리법이다.

탐침형 온도계

 

사진처럼 육즙의 양과 육질이 최적의 상태로 조절된 미디엄 레어를 원한다면 탐침형 온도계 있으면 충분히 쉽게 만든다. 기름을 넉넉히 올린 무쇠팬이나 스텐팬을 센불로 달구고 연기가 슬슬 날 때 약불로 줄여 스테이크를 올리면 연기도 많이 안 나고 크러스트도 금방 생긴다.

 

1분마다 뒤집어 주다 크러스트가 잘 만들어지면 버터 베이스팅을 시작, 내부 온도가 52도쯤 될 때 꺼내 철망 위에 식히면 미디움 레어 완성. 불에서 뺀 뒤에도 내부 온도가 올라가 57도 정도에서 멈추게 된다. 탐침형 온도계만 있으면 누구나 스테이크하우스 수준의 스테이크를 구울 수 있다.

 

 

웰던

분홍기가 완전히 날아간, 내부까지 갈변이 완료된 상태이다. 보통 가정집에서 웰던을 시도하면 겉면이 타버리거나 육조직이 지나치게 딱딱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를 들어 안심을 제외한 2~3등급 한우 부위는 조금만 오버쿡해도 지우개처럼 탱탱해져서 스테이크는 포기하고 그냥 가위로 잘게 썰어먹어야 하며, 미국식의 두꺼운 스테이크라면 웰던으로 익히기 위해서 오븐을 동원하지 않고 그릴과 팬만을 사용하는 경우 겉면을 모조리 시커멓게 태우는 수준으로 구워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셰프들은 웰던을 귀중한 고기를 시커멓게 탄 고무덩어리로 만들어서 서빙하는 수준으로 취급한다. 고든 램지에게도 웰던이란.... "이 역겨운 고무덩어리는 대체 뭐지? 장난해요?"

물론 전문 음식점에서는 순수하게 씹는 맛을 즐기는 손님들을 위한 웰던 스테이크가 나오기는 한다. 실제로 마스터 셰프 등에서도 웰던 스테이크를 요리하는 것이 도전과제인 적도 있었다. 마스터 셰프 도전과제. 즉 고기의 풍미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미디움 레어에서 레어가 가장 적절할 수 있지만, 훌륭한 요리사라면 레어부터 웰던까지 훌륭하게 조리해낼 수 있어야 한다.

부위마다 차이는 있지만 잘 구우면 육즙은 유지하면서 비린내를 날릴 수 있는 게 웰던이다. 물론 수분은 줄어들고 식감도 나빠지지만 고기의 풍미를 그만큼 끌어올릴 수 있다. 애초에 수분을 줄인다 = 풍미가 향상된다는 고기에 있어서 일정한 통념이고, 웰던으로 조리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다만 식감이 상상 이상으로 줄어들고 뻑뻑해지면 맛을 보는 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게 문제일 뿐. 특히 콩피나 수비드로 웰던까지 조리하고 겉만 추가로 시어링하면 가능하다.

그리고 웰던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어중간한 등급의 한우마냥 마블링 함량은 높아도 마블링의 형상이 두껍고 결이 져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불량할 경우, 미디엄 웰던에서 웰던 정도로 깊이 익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블링 함량이 높은 고기는 지방을 속까지 골고루 녹여서 빼주지 않으면 오히려 맛이 없는데, 마블링의 형상이 불량한 고기는 그만큼 열을 가해서 골고루 지방을 녹이는 데도 시간이 걸리니까. 물론 이 경우는 육즙보다는 기름의 풍미를 즐기게 되겠지만.

 

추가질문 - 레어는 생고기인가?

레어는 생고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틀렸다. 레어는 심부 온도가 섭씨 50 ~ 55도인 상태를 뜻한다. 단백질의 변성은 이미 40도에서 끝난다. 레어 정도의 온도면 이미 심부까지 열이 가해져 근육 조직의 변성이 일어났다고 봐야한다.

단지 미오글로빈의 색깔의 변화가 적고 지방이 덜 녹을 수는 있다. 마블링이 많거나 지방 조직이 복잡한 부위의 고기는 레어나 미디엄 레어가 아니라 미디엄 이상으로 익혀서 먹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방 조직의 물컹거림과 느끼한 식감이 줄어든다.

한편, 고기의 살코기가 안익은 고기는 레어가 아니라 소위 타다끼라고 불리는 블루 레어 (Blue Rare)다. 고기의 겉만 살짝 익힌 상태가 블루 레어다. 심부 온도 50도 이하의 상태로 핏빛이 진하고 육회처럼 물컹거리는 식감이 살아있다.



한국인들이 레어를 생고기라고 여기며 비합리적인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로는 한국 요리에서 소고기는 육우가 아니었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익힐 방법도 수단도 없었기 때문에 꽃등심 정도의 부위만 빼면 대부분 너무 질겨서 어쩔 수 없이 양념에 푹 절여먹어야 먹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편견이 지금까지 내려왔다는 것, 둘째로 육가공산업 역사가 짧아 과거 위생상태가 좋지 못해 고기 덜 익혀 먹었다가 기생충 감염으로 큰일이 났던 과거의 트라우마로 '날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니 무조건 푹 익혀 먹으라'는 교육을 받은 탓이 더 크다.

 

체질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소고기는 돼지고기에 비해 기생충 감염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고, 한국 육가공산업의 수준도 상승했고 관리기술과 노하우도 발전해 더더욱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므로, 딱히 레어나 미디엄으로 먹는다고 크게 탈 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현대에는 도축용 가축의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구충제도 먹이며, 이도저도 안 된다면 사람이 구충제를 먹어도 되는 문제라 믿고 먹어도 괜찮다. 그래도 요즘은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레어~미디엄레어 스테이크 선호도가 많이 늘었지만 돼지고기는 여전히 날로 잘 먹지 않는다. 다만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게 스테이크가 아닌 한우 구이를 먹을 땐 한국인 절대 다수가 웰던이나 오버쿡 하지 않고 적당히 미디움 레어에서 미디움 수준으로 익혀 먹는다.

 

웰던까지 가면 얇게 저민 구이조차도 질기고 적당히 익히면 육즙과 함께 풍미가 살아난다는 건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즉, 기생충이나 옛날 시절의 편견 때문이었다면 한우 구이도 스테이크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가는 현재에 이르기 전까지 웰던으로 먹었을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

 

근본적인 이유라고 되어있으나 실제적인 이유는 윗 문단에서 계속 나온, 익숙하지 않은 스테이크가 주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구이는 겉은 마이야르 반응으로 잘 익었으며 우리는 그 구이를 굳이 잘라 단면도를 보고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확인을 하지 않고 그저 맛있게 먹을 뿐이나 스테이크의 경우 단면도를 봤을 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걸 익지 않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스테이크에 대한 정보가 희박할 때 편견이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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