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우영과 고우석은 지난해 자신의 분야에서 KBO리그 최고가 됐다. 이 성적을 바탕으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성적은 어디까지나 한국 무대에서의 성과다.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두 선수가 메이저리그급 주 무기를 하나씩 갖고 있다는 데 있다. 과대포장이 아니라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다.
위 그래프 가로축은 구속, 세로축은 릴리스포인트 높이다. 정우영과 비슷한 팔 높이로 던지는 투수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도 꽤 찾아볼 수 있다. 정우영의 진짜 강점은 구속이다. KBO리그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정우영의 투심 패스트볼은 시속 151.5㎞였다.
정우영의 투심은 KBO리그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초희귀 종이다. 정우영처럼 팔을 내려서 던지면서 시속 150㎞가 넘는 빠른 볼 평균 구속을 기록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순위를 매기자면 정우영의 투심은 콜로라도 사이드암투수 저스틴 로렌스에 이어 두 번째로 빨랐다.
로렌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5.3마일, 약 153.4㎞이었다. 로렌스 외에는 정우영만큼 낮은 팔에서 정우영보다 빠른 공을 던진 선수가 없다. 로렌스 다음으로 빠른 선수는 보스턴 사이드암투수 존 슈라이버로 93.9마일, 약 151.2㎞를 기록했다.
정우영은 지난해 한때 구속과 무브먼트 사이에서 길을 잃을 뻔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구속을 무리하게 끌어올리지 않는 선에서 기존의 투구 방식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고, 실제로 후반기에는 완벽하게 반등했다. 자기 것이 확실해진 상태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다. 단 패스트볼 구속이 독보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고우석이 시속 153.5㎞로 1위, 안우진이 153.4㎞로 2위다. 게다가 안우진은 선발투수이면서도 고우석에 버금가는 기록을 냈다.
대신 고우석은 슬라이더에서 '탈KBO' 수준을 이뤄냈다. 지난해 슬라이더 평균 구속이 무려
146.7㎞였다. 2021년에도 142.0㎞로 1위였는데, 여기서 4.7㎞를 더 늘렸다. 스탯티즈가 구종별 구속을 집계한 2014년 이후 고우석만큼 빠른 슬라이더를 던진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SK 시절 메릴 켈리(애리조나)와 앙헬 산체스가 143㎞대를 기록한 적은 있다. 145.0㎞를 넘은 선수는 고우석이 처음이다.
투수들이 점점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이 정도 슬라이더는 특급에 속한다. 지난해 슬라이더를 300개 이상 던지면서 평균 시속 90마일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모두 6명이었다. 텍사스 제이콥 디그롬이 92.6마일(약 149.1㎞), 클리블랜드 엠마누엘 클라세가 91.9마일(약 148.0㎞)을 기록했다. 146.7㎞의 고우석이 바로 그다음에 위치한다.
이 초고속 슬라이더는 고우석이 마무리를 맡은 뒤 꾸준히 고민해 얻은 결과물이다. 고우석은 지난해 "커터와 슬라이더 중간 느낌의 공을 던지고 싶어서 연구를 많이 했다"며 "커터와 슬라이더의 특성을 다 갖는 공을 던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던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LG 필승조이자 한국의 철벽이 돼야할 두 선수가 자신만의 무기를 앞세워 3월 WBC에서 세계무대 검증을 기다린다. 모두 해외 도전의 꿈을 품고 있는 선수들인 만큼 이번 WBC를 시험무대로 삼을 수 있다.
일본 '닛칸 스포츠', '주니치 스포츠' 등 복수 언론에 따르면 쿠리야마 감독은 26일 간사이국제공항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쿠리야마 감독은 "한국에 가길 정말 잘했다.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을 때의 선수층이 두터운 팀을 보고 싶었다"며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쿠리야마 감독이 가장 눈여겨 본 선수는 LG의 '믿을맨' 정우영과 '마무리' 고우석이었다. 정우영은 올 시즌 67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35 홀드 평균자책점 2.64로 활약, 홀드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쿠리야마 감독은 정우영에 대해 "타자가 볼 때 굉장히 싫은 느낌"이라며, 그만큼 타자들이 상대하기에 까다로운 투수로 평가했다.
고우석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고우석은 지난해 도쿄올림픽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2-2로 맞선 8회 1사 1루에서 병살타로 이어질 수 있는 송구를 받아냈으나,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하면서 타자 주자를 살려 보냈다. 당시 고우석의 실수는 2사 만루의 큰 위기로 이어졌고, 야마다 테츠토에게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맞고 경기를 내주게 됐다.
쿠리야마 감독은 고우석이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보여준 모습보다는 더 발전한 것으로 봤다. 일본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쿠리야마 감독은 "고우석은 지난해 올림픽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칭찬했다. 고우석은 올해 61경기에서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마크, 세이브왕과 함께 최연소 40세이브를 기록했다.
쿠리야마 감독은 "WBC는 (투구수 제한으로 인해) 짧게 투수들이 연결되는 두려움이 엄청나다. 이를 보고 싶었고, 엄청났다. 과거의 한국 대표팀과 비교하지 않고, 새로운 한국팀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한국 계투진을 칭찬하며 "쿄돔과 같은 좁은 구장에서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며 한국 타자들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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