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장르별로 분류했을 때, 한국 드라마는 작품의 줄거리가 고부갈등, 애증, 혼인, 상속, 불륜, 출생의 비밀과 같이 클리셰적인 플롯으로 이루어진 가족극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트렌디 드라마가 꾸준히 만들어졌고, 가족 이야기보다 주인공들의 멜로에 집중하는 드라마, 또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늘어났다.
사극은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면서 일정 파이를 차지하였고 2010년대 들어서 종합편성 채널이 생기면서 소수의 취향에 맞는 소재를 강조한 드라마들이 늘면서 장르의 다양성이 생겼다. 수사물들이 많이 생긴 것도 이 때다.
한국드라마의 꽃(?), '막장드라마'의 특징 및 설명
멜로물에 가족 이야기가 조금, 혹은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한 소재의 드라마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술한 가족극의 필수요소들이 장르불문 삽입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한국 드라마에서 사실상 높은 시청률을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은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필수요소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들 없이 대박을 치는 경우는 매우 적으며, 스타 작가들 중 이런 요소가 없이 드라마를 써본 사람은 없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탄탄한 설정과 스토리를 주 무기로 장착한 웹툰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런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가 진부하고 초라해 보인다는 비판을 많이 받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비판은 TV방송 초창기때부터 존재했던 비판점이다. 1970년대에는 TV의 보급에 따라 방송 시장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일일 연속극이 크게 인기를 얻었는데 일일연속극의 인기가 너무 높아지는 바람에 각 방송사에서 일일연속극을 하루 3회씩이나 편성되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에 반해서 내용의 차이점은 적어지면서 매너리즘이 심해진다거나 내용 전개가 억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당시 신문사가 드라마를 비판했던 원인 가운데서 한 요인이 방송사에 대한 질투였음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당대 기준으로도 장르가 편향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물론 다른 장르의 드라마라도 한계점이 없던 건 아니었고, 대안으로 내놓은 드라마도 시대 환경상 청와대나 정부 부처의 눈치를 볼 수 없었던 시절인 만큼 정책홍보성 의도가 짙게 깔렸기 때문에 반공드라마를 편성한다면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을 버젓이 삽입하거나 아니면 팔도강산 시리즈처럼 정책 홍보에 치중한다거나 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여하튼 이러한 비판이 당대 대중들에게도 어느 정도 먹힌 데다가, 당대 TV방송사들의 오락일색의 편성에 대한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방송국에 대해 이런저런 눈치를 주었고 그래서 방송 규제로 통속극, 가족극의 과다한 편성에 대해 규제가 이루어진다거나, 198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농촌 드라마가 편성되는 계기가 되었기도 했고, 민주화 이후로 한 동안 《논픽선 드라마》나 《TV 손자병법》 등 당대로서도 현재기점에서도 상당히 혁신적인 내용의 드라마가 편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내용의 드라마는 그 이후까지 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데다가 통속극과 가족극들이 계보를 이어가면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이어갔고, 특히 2000년대 들어서 단막극과 어린이 드라마, 농촌 드라마가 사라지거나 한 동안 사라지는 등 지상파 드라마들의 장르가 축소되어 가는 양상을 보이면서 이러한 양상이 강해졌던 것이었다.
반면 그러한 비판을 받는 한국 드라마의 주요 수요층은 중년 여성이고, 중국, 한국의 중년 여성들이 결혼, 상속 등 가족문제, 치정 갈등, 출생의 비밀, 고부 갈등과 같은 이야기를 현재 흥미로워하기 때문에 그러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탕주의를 꿈꾸는 시청자가 많은지 최근 한국드라마 등장인물을 보면 죄다 가난하지만 활기찬 젊은 여성이 마음의 상처가 있는 상류층 남성과 어떻게든 맺어지는 전개가 대부분이다.
물론, 모든 드라마 시청률의 수요가 중년 여성층인 것은 아니다. 고로 시청자 전체에 있어서 다른 시청자들의 수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령 시청률이 40% 이상씩 되는 드라마의 그 시청층이 중년 여성층만이 아니라 다른 연령층들도 복합적으로 많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중년 여성만을 위한 드라마 플롯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 때 그 옛날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신파극의 성향이 강한 치정 싸움, 눈물 젖은 사랑, 고부갈등 등의 소재가 대부분 등장한다. 이러한 플롯으로 매번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아니면 조금 젊은 층의 드라마의 경우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주무기로 사용하면서 주제로 채택한 소재는 날려먹는다. 항상 비슷한 스토리 전개의 문제점은 국내에서도 날 선 비판이 날아들어오고 있다.
반면 이러한 드라마 형태는 우리나라만의 특색이 아니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사실 미국과 같은 서구 국가들도 '소프 오페라'에 한정한다면 한국의 주부용 드라마들과 크게 다를 것 없다. 일본의 아침드라마는 한국 아침드라마는 우스울 정도의 막장성으로 유명하다. 소비자층이 같으면 생산되는 물건은 지역을 막론하고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다만 미국이나 영국 등은 시장이 넓고 유통 경로도 세분화되어 있는 만큼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드라마는 영화처럼 일정한 러닝타임 동안 집중해서 보는 것이 아니므로 촘촘한 플롯과 연출을 선보이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다른 나라 드라마들과 비교해서 한국 드라마의 장르적 특이점을 몇 가지 꼽으면,
1. 다른 장르극들의 요소가 뽑혀나가 막장 드라마로 빨려 들어가는 경향이 있으며,
2. 철저하게 방영 시간대에 장르가 통일되어 있다(특히 지상파의 경우)는 점이 있고,
3. 저예산 문제 때문에 특정 장르를 아예 배제하고 드라마를 철저하게 작가와 캐릭터 위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
이 '캐릭터로 밀어붙인다'라는 점 때문에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주역이고 조역이고 할 거 없이 전부 다 지극히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모습만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악역들의 경우 그냥, 오로지, 다른이유 없이 인성이 쓰레기라 수단방법 안 가리고 주인공을 괴롭히고 짓밟으려 든다.
악역에게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사정이 있다든가, 주인공과 다른 신념을 가졌다든가, 자신의 행동이 나쁘다는 건 알지만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괴로워하면서도 악행을 한다든가, 기타 등의 '복잡하고 매력적인 악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아니, 그런 악역을 만들려는 시도조차도 거의 없다. 그저 오만하고 인성이 개판이라 주인공을 괴롭히는, 철저하게 평면적인 욕풀이용 악역으로만 등장한다.
같은 맥락으로, 주인공과 대립. 혹은 경쟁하지만 주인공과의 관계나 행동 등이 나쁘지는 않은 '라이벌 포지션'의 캐릭터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주변인물은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는 주인공과 원하는 것도 다르고, 러브라인도 주인공과는 전혀 무관한, 전혀 다른 사람과 이어지기에 애당초 주인공과 경쟁하거나 대립할 여지조차 없는 게 대부분이고, 어쩌다가 주인공과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대립할 여지가 생기더라도 그 순간부터 악행을 일삼으며 '친구가 아닌 적'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MADtv의 태도에서 풍자하기도 했다.
이러한 클리셰 떡칠, 막장화의 주된 원인은 제작진들과 더불어 이런 질떨어지는 드라마를 그래도 시청해 주는 의식부족한 시청자들이다. 명작을 만들던 저질 막장 드라마를 만들던 "그냥" 봐주는 게 문제.
리셴룽 일가에서 왕자의 난 비슷한 일이 벌어지려 하자 싱가포르의 한 야당 인사는 아예 대놓고 "이건 한국 드라마가 아니다. 나라의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일."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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