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특징들은 흔히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가 아님에도 줄기차게 쓰이는 클리셰들이다. 이런 클리셰들이 나도는 이유는 한국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스에만 쏠려 있고 이러한 설정들이 특히 여성들이 보기에 로맨스를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기 때문. 가부장제가 뿌리 잡혔던 예전부터 주부들이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막장스러운 설정에 사랑 타령이 많았다. 사실 이런 설정에 대한 지적은 예로부터 진부하다면서 줄기차게 지적되어 왔고, 지상파 방송사 내에서도 실험적인 드라마를 편성해보기도 했지만 실험적인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는 점이나 막장 드라마를 편성하면 최소한 시청률적인 면에서 기본빵을 보장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 방송사 내부의 관성 때문에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의학에 대한 소재로 드라마를 방영할 때 미국 드라마는 환자를 치료하고 일본 드라마는 교훈을 주고 한국 드라마는 연애질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만큼 한국 드라마의 사랑 타령은 심각한 편이다. 이는 생사를 다투는 전쟁 드라마도 마찬가지.
그러나 미생, 시그널, 38 사기동대, 보이스 등이 로맨스 요소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끄는 등 이러한 행보가 줄여질 조짐은 보인다.
외국에서 정리한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
남자 주인공
- 재벌 2세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돈이 매우 많은 부자다.
- 성격적인 부분에서 모난 부분이 꼭 하나씩은 있는 편. 대체로 까칠하거나 어리바리한 구석이 있다. 단, 어리바리하더라도 말은 매우 잘하는 달변가일 수도 있고 성격이 까칠한 경우엔 여주인공에게는 츤데레다.
- 아니면 성격이 너무 완벽하다. 특히 여주인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 자신의 위치와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예시: 부자이지만 어울리지 않는 저렴한 소비나 취향을 지닌다.)
- 부자일 경우 상당히 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집을 가지고 있고 역시 말도 안 될 정도로 돈을 낭비한다. 특히 사랑을 위해서.
여자 주인공
- 남주랑은 다르게 가난한 서민 위치에 있다.
- 설정상 외모는 평범 이하거나 혹은 작중에서 외모로 까이는 묘사가 나온다. 다만 외모 설정과는 반대로 배우는 청순한 미녀이며 경우에 따라선 설정상으로도 굉장한 미녀인 여주인공도 있어 불문율은 아니다.
- 남주의 어머니가 헤어지라고 돈을 주어도 단칼에 거절할 수 있을 만한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 하지만 남녀 관계에 있어서는 똑 부러지지 못해서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남들한테 휘둘려 다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생인 경우 높은 확률로 왕따를 당한다.
- 가난하게 자라서 그런지 대체로 생활력이 강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공감해주지도 않고 응원해 줄 이유도 없어지니까.
기타
- 위의 두 주인공을 토대로 한 로맨스가 드라마의 핵심이 된다.
-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을 만한 어떠한 인물이나 사건이 등장한다. (예시: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
- 남주, 여주 혹은 서브 주인공들이 키스하는 장면이나 사랑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를 다른 누군가가 숨어서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 여주의 손목을 잡거나 뒤돌아서는 여주를 잡아채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 키스를 하게 될 것 같은 장면들이 나올 때 높은 확률로 전화가 오거나 해서 분위기가 깨지고 결국 키스를 하지 않는다.
- 첫 키스를 할 때는 매우 긴 시간 동안 느린 장면으로 오랜 키스를 한다. 그리고 또한 키스를 하고 난 후 여주는 그걸 잊지 못하고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하고 더 나아가서 한동안 남주와 어색해하기도 한다.
-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지게 되어서 둘 중 한 명이 쫓아가려 할 때 바로 앞에 있어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 여주인공이 넘어지려 할 때 남주인공이 멋있게 잡아주거나 또는 같이 넘어져서 실수로 키스를 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 2010년 이후로 흙수저 주인공의 복수극, 자수성가 스토리가 기본으로 장착됐다. 복수나 자수성가 이전의 말도 안 되는 시련들이 연거푸 벌어지는 것이 특징.
- 주인공 측이 아닌 정치인, 재벌, 언론, 공권력 등은 쓰레기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주인공 측일 경우 말도 안 될 정도로 주인공에게 헌신적이다. 이건 사실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특정 직업군이 전체적으로 일반화되는 게 절대로 좋은 현상이 아니다.
- 극악무도한 무개념 악역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다. 그 중에서 입체적인 악역도 찾기 어렵다. 쉽게 얘기하면 드라마 자체가 사이다를 위해서 다소 작위적으로 악역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분명 다른 소재로도 재밌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한국 드라마는 로맨스와 악역과의 전쟁이 큰 비중이 차지한다. 남자 주인공은 이러한 악역과 대비되게 일침을 가하면서 여주인공을 보좌하는 역할이 되는 경우가 많다.
- 특정 직업군이나 특정 상황에 대한 묘사들이 재미를 위해서 다소 축소되거나 과장된 경우가 너무 많다. 단적인 예로 회사에 대해서 제대로 묘사한 드라마는 미생, 좋좋소를 제외하면 드물다. 미국 드라마들이 같은 상황이어도 스토리에 신경을 써서 재미를 이끌어내고, 일본 드라마가 교훈을 남기는 쪽이라면 한국 드라마는 그냥 그 상황을 강조해서 재미를 이끌어내는 성향에 가깝다. 한국 드라마가 한국 영화보다 소위 연극톤스러운 연기 기법이 남아있고 감정 과잉이 심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청자들(특히 전업주부)도 거기에 맛들려서 담백한 드라마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 등장인물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 멀리서 차량이 하이빔을 쏘며 달려온다. 가해차량은 높은 확률로 5톤 이상의 트럭이며, 피해자는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절대 차를 피하지 않는다.
점점 늘어가는 다양한 클리셰 시도
동백꽃 필 무렵처럼 로맨스극에서도 한국의 전형적인 클리셰가 변주되고 있다. 큰 틀은 유사하지만, 그 구성원들의 세부적인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단적으로 한국 드라마에서 재벌을 찾기 어려워졌다. 파리의 연인, 커피프린스 1호점, 시크릿 가든의 특징은 재벌 쾌남과 여주인공의 결혼이다. 일명 신데렐라 신드롬을 충족하는 것이 이 드라마들의 역할이었다.
이에 반해 현재는 신데렐라 신드롬이 한국 드라마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뷰티인사이드에서 안재현이 이다희의 우렁총각(...) 캐릭터로 설정되었고, 사랑의 불시착만 하더라도 재벌이 나오지만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아직 완전히 클리셰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또한 로맨스가 점차 극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할만하다. 닥터 프리즈너, 스토브리그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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