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파리의 연인 시즌2로 평가받는 재벌집 막내아들, 로맨틱 코미디에서 SKY캐슬로 바뀌다가 뇌절을 해버린 일타스캔들 등에 비해서는 마무리는 잘 지었다. 김은숙 작가가 파리의 연인에서 아 시발꿈 전개로 온갖 욕을 들어먹었던 전적이 있어서 팬들은 최악의 엔딩이 나오는 걸 두려워했고, 실제로 더 글로리 파트 1 방영전 재벌집 막내아들이 아 시발꿈 +벤츠엔딩이라는 역대급 뇌절엔딩을 펼쳤기에 혹시라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농반진반으로 언급이 되었다.
빌런 5인방 중 핵심이며 이 모든 복수극의 시작점이었던 연진의 경우, 동은의 예고대로 자신 옆에 "그 누구도 옆에 남지 않는" 고통을 겪게 되는데 이 과정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끌고 갔으며 배우의 연기나 대사들이 과잉되지 않고 캐릭터의 일관성을 갖게 적절하게 연출되었다. 다른 빌런들도 죗값을 받는 내용이 큰 무리수는 없었고, 문동은의 복수라는 이 드라마의 중심 내용을 변주하지 않고 묵직하게 끌고 간 점은 그동안 김은숙 작가 본인도 자신의 약점을 알고 많이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결말에 대해서는 평이 갈리지만 여기서는 긍정하는 의견에 대해서만 서술한다. 대체로 복수물의 고질적인 배드 엔딩에 대한 반감을 영리하게 피함과 동시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복잡한 플롯 속에서 놓치지 않고 끌고 갔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상업적인 속성을 강하게 띄는 드라마나 대중 영화는 어느 정도 흥행을 위해 배드 엔딩을 최대한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복수물은 태성적으로 전락을 다룬다는 점에서 말끔한 결말로 끝나기에는 장르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악의 근원과 그 평범성, 혹은 인과라는 무거운 주제는 가벼운 오락을 선호하는 대중의 취향과 다소 부적합하기에 좀 더 안전한 결말을 선택함으로써 나름의 절충을 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말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더욱 강화한다. 결국 드라마가 다루고 있는 건 학교 폭력이라는 용서할 수 없는 악에 대한 단죄일 텐데, 복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동은이 불행해지는 결말로 간다면 주제 의식이 권선징악이 아닌, 복수의 허망함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 작가의 의도에 오해를 부르지 않도록, 복수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 결과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가 무의미함에 종속되지 않게 만들었다. 여정의 입체적인 설정 역시 이런 고민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지만 동은과 다른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여정은 결국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끝내기 위해, 혹은 잔혹한 복수의 끝에서 어떤 유의미함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인다.
설령 그 과정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지라도 주제 의식의 측면에서는 동은의 복수극과 상통하는 점이 있으며 동은과 여정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다른 복수극과 차별호 된,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매력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복수가 끝난 후 삶의 이유를 잃고 무너지는 것이 아닌, 새로운 악에게 복수한다는 결말은 나름의 참신함과 메시지 모두를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은숙 작가의 대담한 시도에 대한 호평도 존재한다. 여정과 동은의 키스 장면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제껏 능력있고 잘생긴 남자가 평범한 여성에게 헌신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대표 주자인 작가가 이제는 여자가 먼저 다가가 입을 맞추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전작인 미스터 선샤인과 더 킹 : 영원의 군주에서도 능동적인 여성상을 다루긴 했지만, 기존의 힘과 논리만이 지배했던 남성들의 세계 속에서 여성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한 발자국 나아가 좀 더 미묘하고 은유적인 여성들의 세계 속에서 여성들의 치밀한 대립구도를 그려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런 치밀한 반전을 다루는 서사는 종종 모든 등장인물과 배경이 트릭 만을 위해 존재하는 일명 퍼즐이 되어버리곤 하는데, 더 글로리의 복선들은 제 기능을 충분히 해내면서 동시에 문학적인 함의를 담아낸다. 무속, 바둑, 날씨, 색깔 같은 기호들은 등장인물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극의 분위기나 결말을 암시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또한 연진과 동은, 혹은 연진 패거리 내부의 갈등은 심리적인 불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계급적인 갈등으로 발전한다. 현대 사회의 기저에 깔린 계급주의를 냉소적으로 꼬집으며, 모두가 파멸하는 결말을 통해 그 위상이 얼마나 위태롭고 허무한지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후반부 연진 일당이 몰락하는 장면에서 느끼는 쾌감 역시 사회적인 갑을 관계의 역전에서 비롯되어 시청자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대중매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런 점에서 더 글로리는 단순히 복수라는 테마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다층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혹평
불필요한 로맨스 전개
김은숙의 이전 작품에서부터 줄곧 지적받아 왔던 문제점인 개연성과 핍진성에 대한 부분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 작가의 전작들과 그 비판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 더 글로리는 주인공 문동은의 '사적 복수'의 대한 서사를 담고 있어, 김은숙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다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복수극의 서론인 파트 1은 상대적으로 완성도 있게 마무리되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파트 2에서는 매 에피소드마다 핍진성을 무시하는 로맨스 전개나 작품 분위기에 맞지 않는 달달하고 따뜻한 OST를 사용하는 등 전반적으로 김은숙의 이전 멜로 작품들과 비슷한 내러티브 양상이 나타나, '사적 복수'라는 중심적인 스토리와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전체적으로 시청자의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사실 주인공 문동은과 주여정의 로맨스가 중심 스토리와 따로 논다는 비판은 파트 1에서부터 제기되고 있었는데, 작품 속 주여정은 주인공 문동은에게 있어서 '남자친구와 조력자'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 '조력자'로서의 주여정은 문동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이지만, 동시에 '남자친구'로서의 주여정은 문동은의 복수와 상관없이 시종일관 달달한 로맨스만 지향하여 작품의 분위기만 해치는 불필요한 캐릭터다.
떨어지는 개연성과 핍진성
작품 속에서 주여정은 문동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스토리의 개연성을 해치는데, 문동은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면 "나 남자친구요" 하며 나타나 모든 것을 다 해결해 버린다. 주여정이 가진 의료지식, 재력, 사회적 위치, 살인 기술, 문동은에게 헌신하는 모습 등을 한 캐릭터에 다 몰아넣다 보니 만약 주여정이 없었다면 문동은은 복수가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카카오택시 호출 마냥 문동은이 어디에 있든 찾아와 주는 건 덤이다. 문동은이 복수할 대상은 많고 필요한 역량이 다양한 상황에서 주여정의 캐릭터가 너무 모든 걸 다 가진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만약 주여정의 도움이 없었다면 문동은의 복수는 결코 성공할 수 없었기에 이것 역시 남자를 잘 만난 우연에 의한 문동은의 성공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강해서 평가를 떨어트렸다.
뿐만 아니라, 복수 대상자들의 이기적인 본성으로 인한 파멸을 그리고 싶어서였는지는 몰라도, 복수대상 5인방이 힘을 합쳐 문동은을 처리할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문동은이 대놓고 5명에게 복수할 것이라고 통보를 했음에도 본인들이 피해를 입을만한 상황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문동은을 의심하는게 아니라 4인방이 서로를 의심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결국엔 문동은이 나서서 무언가 해결되었다기보다 4인방이 가진 개개인의 결함에 의한 내부 총질이라는 다소 우연에 기대어 진행된 전개이다. 문동은이 뭐가 있다는 듯이 떡밥을 던지면 그냥 자기들끼리 의심암귀에 빠져서 자멸하는 모습이 다소 작위적이다.
만약 이것을 우연적 전개가 아니라고 한다면, 문동은은 마치 인간이 아닌 절대적인 심판자로서 모든 걸 읽은 것 마냥 문동은이 원하는 대로 4인방이 서로 간 반목이 일어난다는 점 및 모든 일이 벌어졌을 때 칼같이 대처를 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 작위성, 핍진성 부족이 드러난다.
또 문동은은 돈을 가지고 위법행위를 하는 자들의 힘을 빌리는데, 정작 문동은보다 사회적으로 더 강하고 돈도 많은 3인방은 그런 방법을 쓸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얼렁뚱땅 당해버린다. 악인 전원을 몰락시키며 복수를 완수한다는 권선징악 엔딩을 위해 그 악인들을 크게 너프 시킨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조연 인물들이 지나치게 도구적으로 사용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나름 2부의 핵심 인물인 김경란의 경우 어쩌다가 성인이 된 후까지 가해자들에게 종속되어 살고 있었는지 설명이 지나치게 축소된 반면에, 홍영애의 조력자인 무당이나 문동은의 숨은 조력자인 부동산 할머니, 어딘가 찜찜하던 추 선생처럼 1부에서 개별 서사를 보여줘서 중요한 인물인 것처럼 보이게 했던 캐릭터들은 알고 보니 2부에서 주요 인물들에게 사건 하나씩 만들어주고 한두 장면만에 허무하게 퇴장하는 일회성 역할인 경우가 많다.
특히 에덴빌라 주인 할머니와 동은 사이의 서사는 대사의 의미는 좋으나 너무 작위적이라는 평들이 많다. '문동은 곁에도 좋은 어른들이 많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미 보건선생님이나 최동규 형사 등 주인 할머니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미희의 경우에는 배우의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짜증과 분노를 유발하는데는 성공했다. 다만 그녀의 행동이 현실에서 발생했을 때 그 피해를 문동은이 보는 상황은 말이 되는가? 작중에서도 묘사되지만, 문동은 선생의 엄마라고 진상을 피우는 모습을 보는 학부모의 반응은 그야말로 미친 사람 취급이었다. 일반적으로도 그런 반응이 당연하다.
예시로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술냄새 풍기면서 본인이 교장 아들이라고 우긴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얼빠진 학부모가 이런 미친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어준다는 말인가? 딱 봐도 정신이 이상해보이는 사람이 명품을 내놓으라고 자기가 학생 담임의 어머니라는, 겉보기에는 말 그대로 허경영 축지법 쓰는 소리나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등과 같은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와중에 여기에 넘어가겠는가?
게다가 예솔이 다니고 있는 학교, 누가 봐도 있는 집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초등학교이다. 당연히 동네 공립초등학교에도 있는 경비원보다 깐깐한 경비원을 더 비싼 비용을 주고 고용하는데 이를 알코올중독자 따위가 제치고 넘어오는 것부터 어처구니가 없다. 박연진이 경비원을 매수했다는 무리수를 둔다고 해도, 있는 집 학부모들이 고작 담임의 어머니를 사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알코올중독자의 촌지 요구에 넘어가서 촌지를 바친다? 이것 또한 무리수이다. 신고를 하면 했고 무시를 하면 했지, 왜 굳이 뇌물을 바친단 말인가? 촌지를 받는 것도 불법이지만 반대로 뇌물을 주는 것 또한 불법이다. 잃을게 목숨밖에 없는 정미희야 받든 말든 상관이 없겠지만, 잃을게 한두 가지가 아닌 상류층 학부모가 고작 초등학교 담임에게 촌지를 전달한다는 사실은 상류층의 생태를 몰라도 너무 모른 것이거나, 상류층을 흔히 보이는 스테레오타입에 가둔 꼴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홍영애(박연진의 엄마)가 자신을 협박하는 사람을 죽이고 과실치사로 넘어갈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것도 지나치게 안일한 설정이다. 그전까지 범법을 저지르는 일에 거침이 없었는데 굳이 협박증거가 핸드폰에 가득한 상황에서 본인이 차로 사람을 죽이는 무리를 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규정속도를 지키면서도 한 번에 죽여야 하는데, 이조차 이석재가 무단횡단을 하지 않았다면 차로 죽일 수도 없었다. 비가 와서 시야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마치 죽여달라고 사정하듯 무단횡단을 하는 이석재의 행동이나, 이걸 살해 시나리오라고 쓰는 홍영애의 행동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홍영애의 캐릭터가 급변하는 것 또한 상당히 작위적이다. 홍영애가 이기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까지도 문동은이 의도한 것처럼 쉽게 손절해 버리는 성격으로 다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식을 위해서 주변인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본인마저도 박연진의 살인을 덮기 위해 바로 윗문단에서 서술된 것과 같이 살인을 저질러온 사람이다. 18년이 지난 사건의 미약한 증거 하나 때문에 그동안 무슨 짓을 해서든 살려온 자식을 갑작스럽게 손절해 버린다는 설정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시나리오의 의도야 당연히 앞서도 설명된 것처럼 악역들이 자신들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자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개연성이 서지 않는다.
마지막에 문동은의 자살을 막으러 온 사람이 주여정의 엄마인 것도 작위적이다. 위치추적기를 붙인 것도 아닌데 폐건물의 옥상까지, 그것도 병원장이자 현직 의사가 어떻게 타이밍 맞춰 찾아올 수 있었을까?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본인이 여정의 어머니라는 말로 소개해야 할 정도의 사이였는데 폐건물 옥상에 여정보다도 먼저 왔다는 전개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처럼 작가의 편의대로 중간 과정이나 설정을 우연, 날림, 감성으로 포장한 것이 과도하다는 평이 많다.
과도한 신파적 연출
문동은과 주여정의 로맨스 전개와 더불어 너무 과도한 신파 연출이 복수극의 몰입감을 해친다는 평가가 있다. 파트 2에서는 거의 매 에피소드마다 작중 등장인물들이 눈물을 흘리는데, 특히나 이러한 과도한 신파는 파트 1에서 주인공의 문동은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강현남에게서 나타난다. 강현남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문동은 조력자 역할이 파트 2에서는 주여정이 가져가게 되면서, 강현남은 이야기와 완전히 겉도는 캐릭터가 되었는데, 매 에피소드마다 눈물을 흘리는 것 말고는 조력자 캐릭터로서 딱히 하는 것이 없다. 딸과 헤어짐, 남편의 사망 등 적당한 선에서 서사가 깔끔하게 마무리되고 퇴장되었으면 좋았을 법하지만, 계속해서 등장하여 분량을 채우기 위해 작위적인 감동을 채우려는 양상이 나타나,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한 느낌이 들게 한다.
결론적으로 폭발적으로 진행되며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어야 할 파트2가 느린 전개, 우연에 의한 전개 등으로 복수의 칼날이 파트 1보다 무뎌졌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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