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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

임진왜란 사극에 나오는 조총에 관한사실 / 국가별 조총 / 조선의 조총실력

by 채소아빠 2023. 5. 12.

조총(鳥銃)은 16세기~19세기 동아시아에서 사용한 전장식 화승총입니다. 근세 시기 포르투갈의 상인들을 통하여 전해졌으며 순서대로 일본, 중국,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로 넓게 퍼졌습니다. 근세 동아시아 전장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 무기로 알려져 있으며, 후대 서양의 전열보병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조총의 유래 

조총(鳥銃)이라는 이름은 하늘을 나는 새(새 조(鳥))도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중국 명나라에서 붙인 이름이다. 뒤이은 청나라 시대 이후로는 총을 창(鎗)으로만 바꿔서 조창(鳥鎗)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1591년에 일본 사신이 처음 바친 것을 시작으로 하는데 당시 중국에서 부르던 이름 조총으로 조선에 소개하여 이 이름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타네가시마(種子島)' 또는 '텟포(鉄砲, 철포)'라고 불렀으며**, 무모한 행동을 뜻하는 '無鉄砲'가 이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조총의 역사

일본군이 조선에 쳐들어온 임진왜란 시기(1592~1598년)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사극 영화나 드라마들을 보면, 으레 일본군이 조총을 쓰는 장면들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사극의 대본을 쓰는 작가들을 포함하여 제작자들이 군사 무기에 관련된 지식들이 부족한 관계로, 임진왜란 배경의 사극들에서 등장하는 조총들은 사실과 다르게 묘사되었습니다.

  우선 사극에서 일본군이 사용하는 조총은 마치 현대의 자동 소총처럼 1초에 여러 발씩 총알을 계속 발사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역사적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임진왜란 무렵인 16세기의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서 조총을 비롯한 총기들은 총알을 장전하는데 그 속도가 매우 느려서 아무리 숙련된 사수라고 해도 고작 1분에 2발을 발사하는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또한 16세기의 조총은 지금의 총기와는 달리, 연기가 많이 나오는 흑색 화약을 사용했기 때문에 몇 번 총을 쏘고 나면 뿌연 연기가 잔뜩 발생하여 앞이 잘 보이지 않았 습니 다. 아울러 총을 쏠 때마다 총기 안에 화약 찌꺼기가 쌓였기 때문에 꼬질대로 총기 안을 청소하지 않으면 화약 찌꺼기가 가득 찼던 터라 총을 쏠 수조차 없었습니다. 

심지어 임진왜란을 다룬 사극들 중 일부를 보면 비나 눈이 오는 날에 조총을 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더욱이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16세기의 조총은 심지에 불을 붙여야 총알이 발사되는 구조였는데, 비나 눈이 오면 습기에 심지가 젖어버리기 때문에 총이 발사가 안 되었 습니 다. 

  무엇보다 임진왜란을 다룬 사극들을 보면, 일본군이 죄다 조총을 갖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기 일쑤인데 이것 역시 당시의 고증에 완전히 어긋나는 설정입니다.

  16세기 무렵의 조총은 현대의 소총들과는 달리, 공장에서 기계와 컴퓨터로 대량생산해 내는 물건이 아니라 대장간에서 대장장이들이 하나씩 일일이 손으로 쇠를 때리는 단조 작업을 거쳐서 만들어내는 수공업 제품이었 습니 다. 따라서 조총의 가격은 굉장히 비쌌고, 아무나 쉽게 사서 가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실제로 임진왜란 와중에 의병으로 활동한 조경남이 쓴 문헌인 난중잡록을 보면, 1592년 5월 8일 한양에 주둔 중인 일본군을 염탐하였더니 조총에 들어가는 총알을 가진 자는 4~5명 중에서 겨우 1명이고 그나마 1명이 가진 조총의 개수도 15~16알에 불과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조총은 실제 효과나 위력보다 지나치게 과장된 쓸모없는 무기였을까요? 그것 역시 아니었습니다. 

   임진왜란을 겪고 나서 조선 조정은 이전까지 중요한 군사 무기였던 활을 제쳐두고, 조총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내고 정식 제식 무기로 삼았는데,  이는 조총이 여러 면에서 활보다 편리하고 위력적인 무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선 활은 쓰는 사람의 육체적인 힘에 크게 그 위력이 달라지지만, 조총은 아무리 완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해도 심지에 불을 붙이고 방아쇠만 당길 줄 알면 똑같은 위력의 총알이 발사되니 사용하기에 활보다 더 편했습니다. 

  아울러 활시위에 메겨서 쏘는 화살은 갑옷을 뚫기가 매우 어렵지만, 조총의 경우는 화살보다 위력이 훨씬 강해서 어떤 갑옷도 50미터 안에서는 아무리 두꺼운 갑옷이라고 해도 맞으면 모조리 뚫려 버렸습니다. 

  결정적으로 활쏘기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지만, 조총은 한 달만 가르치면 누구나 쏠 줄을 알게 되니 활보다 더 군사들을 무장시키는데 효율적인 무기였 습니 다. 

  이렇듯 조총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을 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폄하를 하는 것도 안 될 것입니다. 

 

나라별 조총 양식

 

조선

임진왜란에서 일본군이 침공하면서 전파되었다. 패색이 짙었던 전쟁 초기에 조총의 위력을 실감했던 조선은, 노획한 일본군의 조총을 분해해보고 조선에 투항한 일본인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 1593년부터 조총을 생산했다. 전후에도 조총은 조선군의 표준무기로 서서히 자리매김해나갔고, 천보총과 대조총 등 다양한 종류의 바리에이션이 생산되기도 했다. 한편, 조선은 얀 야너스 벨테브레(박연)과 같이 표류한 네덜란드인들을 통해 방수 기능을 도입하거나 찬혈과 같은 천공법을 적용해 성능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낮추었다. 명청교체기 이후 시대에 많은 수의 조총을 청나라로 수출하기도 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민간에도 널리 보급되었으며, 동네 사냥꾼 포수는 물론이고 일반 농민 가정도 장만하기도 했다.

 

중국

화약 최초 운용국으로서, 명청교체기까지는 아시아 각국 군 전투병력 중 조총 병과 비율이 가장 높은 군대인 만큼, 당대 세계 각지의 온갖 화승총들을 도입했으며 당연히 순발식, 지완식 화승총들도 다 운용했다. 이스팅가 순발식 조총은 1522년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 접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이런 다양한 총들을 그냥 조총이라고 뭉뚱그렸지만 명나라 화기기술자 조사정은 이를 세부적으로 소서양총과 일본총으로 구분했다. 소서양총은 마카오에 온 포르투갈인들을 통해 직접 접한 선상용 이스팅가를 의미하며, 일본총은 말 그대로 왜구를 통해 접한 일본 조총을 의미한다. 둘은 거의 같았지만, 조사정은 소서양총이 구조상 좀 더 간단하다며 비교적 더 높은 평가를 내렸다. 반면 일본총은 소서양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잡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에서는 순발식보다는 후술할 루미 계열 지발식 총이 더 널리 보급된다.

 

일본

일본은 전국시대부터 사무라이들이 (나중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포르투갈 상인에 내외국민 아녀자들을 노예로 팔아  조총을 입수하다가 수요가 커지자 자체 개발에 착수한다. 1544년 8월 25일 다네가섬에 도착한 포르투갈인들을 통해 조총을 도입했다고 흔히들 오해하는데, 이게 모든 일본 조총의 원류가 아니라 단지 유명한 조총 산지에 불과하며, 200년 동안 내전을 겪는 것만 당장의 수요가 커서 수입도 많이 했다.  이후 전국시대 후반기에 여러 전투를 거치며 발전시켰다. 조입이란 장구류를 개발해 사격 절차를 간소화하고 구경과 장약량에 따라 세 개로 급을 구분했으며 이외에도 오오즈츠를 비롯한 대형총을 만들어 야전에서의 화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순발식 이스팅가 조총은 1900년 정도까지 쓴다.

 

남아시아

이스팅가 조총 개발지인 남아시아에서도 인도의 비자야나가르 왕국과 동남아시아의 시암, 베트남, 수마트라 국가들, 미얀마 등 여러 국가들에서 사용했다.

 

인도네시아 군도

이스팅가도 인도네시아 군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섬 지방에서 계속 사용하였다. 마자파힛의 잔여 세력이 남아있는 발리 섬이 화기 생산 중심지였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섬 지역의 전투 방식에서 화기는 보조 수단이었다.

 

베트남

베트남산 총은 성능이 매우 좋고 형태에서 일부 차이가 있어, 중국에서는 조총이 아닌 교지총이라는 별도 이름으로 부르며 수입해갔다. 교지총은 손잡이 부분이 개머리판 마냥 길었던 게 특징인데, 다른 총들에 비해 명중률과 화력이 매우 강력해 갑주를 한번에 여러개씩 뚫거나 한 발로 두 명을 사살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명나라도 베트남과 접한 광서성 지역의 국경분쟁에서 교지총의 위력을 경험했고, 하술할 루미총 보다도 좋은 '천하 제일'이라 높게 평가하며 양광 지역에서 주둔한 랑병 중심으로 보급해 운용했다. 명나라가 순발식 총을 지발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교지총은 형제들에 비해 상당히 고평가된 셈이었다. 그래서 후에 남명을 비롯한 명나라 부흥군과 청나라도 사용했다. 서양인들이 교지총에 내린 평가도 중국인들의 평과 별반 다르지 않아, 위력적인 총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시암

화교들을 중심으로 화기를 생산했다. 베트남 만큼은 아니어도 양질의 총을 잘 만들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주문 제작을 의뢰했던 적이 있다.

 

사파비 왕조 페르시아

당장 오스만에게 박살난 사파비조의 경우 오스만의 화기를 받아들이는 한편 조지아, 아르메니아, 영국 출신 기술자들을 초빙해 화기부대를 강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를 향해 영토를 확장했다.

 

무굴 제국

한편 카불의 군주였던 바부르도 찰디란에서 오스만 총병대가 보인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자신도 오스만 인들을 초빙해 총기를 만들었다. 그는 이 오스만식 화기부대를 통해 파니파트 전투에서 아프간계 로디 왕조군을 쳐부수고 칭제하여 무굴 제국을 건국, 북인도의 패자로 등극한다.

 

중앙아시아

중앙아시아로는 트란스옥시아나로 파병 나간 오스만 예니체리 군단을 통해 소개되었고, 사파비조와의 전쟁도 거치며 지발식 화승총이 보급된다. 그 유명한 아프가니스탄의 제자일도 원래는 이 유형의 파생형이다. 1800년대 영국과의 전쟁에서 파슈툰족이 이 총으로 영국군을 몰살하며 유명해졌다. 당장 19세기 소설인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존 왓슨 박사를 의병제대시킨 놈으로 등장할 정도.

 

중국

오스만식 총은 하서회랑 너머 손을 뻗친 명나라와 하미 위구르인들과의 전쟁을 거쳐며 중국으로도 소개되었다. 명나라는 이 양식을 순발식인 조총과는 별도로 루미총(로마 총, 한자로는 魯密총이라고 표기.)이라고 부르며 순발식 총들과 병용했다. 개머리판이 있어 조준이 쉽고, 지발식 구조라 사수가 발사를 정밀히 조작 가능하다는 점이 특히 고평가받았다. 다만 무거워서 무릎을 꿇고 사격해야 했다고.

이와 별도로 오스만 총 계열이 아닌 서양제 지발식 화승총들도 해로를 따라 명나라에 들어와 대서양총[15]이란 이름으로 도입되었는데, 조사정의 말에 따르면 좋은 총이긴 했지만 루미총에는 미치지 못했다. 조작하기 편한 건 루미와 같고 가벼운데다 사정거리가 길긴 했지만, 루미와 달리 개머리판이 없어 위력이 약했고 다루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루미총은 이후 청나라 시대까지 이어질 중국 조총의 표준형이 된다. 후에 조사정은 루미의 총열과 총몸을 바탕으로 하되 개머리판을 병사들에게 익숙한 일본총에 유사하게 바꾸고, 대서양총처럼 서서도 쏠 수 있도록 경량화하는 방식으로 개량한 삼장총을 만들기도 했다. 거기다 그는 격발 장치를 개머리판 안으로 집어넣어, 방아쇠를 누르면 자동적으로 화약접시가 열리도록 하는 기능도 추가하였다. 이로 인해 발사과정도 더욱 간편해졌다.

 

아체 술탄국

수마트라의 아체 술탄국은 바닷길을 통해 오스만 제국의 화기 기술을 전수받은 사례다. 당시 아체의 무다 술탄은 포르투갈 제국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 수니파 이슬람 세계의 큰형님인 오스만 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오스만 황제 셀림 2세는 이에 호응해 함대에 일부 병력과 수백 정의 오스만식 아퀘버스를 비롯한 각종 무기들, 그리고 군사 고문단을 포함시켜 파견해주었다. 이때 수입된 오스만식 화포와 화승총 제작 기술은 아체를 비롯한 인니 지역 술탄국들이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에 맞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외에도 순발식인 이스팅가나 유럽제 총들도 혼용되었다.

 

조선의 조총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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