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구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각)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를 공식 발표했다.
'쇼킹'한 뉴스다. 아무리 커쇼가 옛날의 그 커쇼가 아니라고 해도, '커쇼까지'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미국 대표팀이 '작정했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3월 열리는 WBC를 앞두고, 미국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WBC는 MLB 사무국의 주최로 열리는 프로 대회다. 초대 대회였던 2006년에만 하더라도 미국 대표팀에 데릭 지터, 켄 그리피 주니어,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중심 타자로 출전할 정도로 세계적인 스타들이 나섰지만, 2회 대회부터는 스타급 선수들의 참여율이 뚝 떨어졌다. 언제나 국가대표에 진심인 한국, 일본은 가능한 한 최정예 멤버가 나섰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점점 마이너리그 선수들 혹은 유망주급 선수들이 엔트리를 꾸리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변화가 놀라운 이유는 그동안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주장을 맡기로 한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을 비롯해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무키 베츠(LA 다저스), 트레버 스토리(보스턴 레드삭스) 등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올스타급 주전 야수들이 참가를 선언했다. 야수들의 라인업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역시 투수 엔트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정규 시즌 개막 직전인 3월에 열리는 대회라, 몸값이 비싼 S급 투수들은 참가를 꺼린다. 그게 WBC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약점이었다. 그런데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와 라이언 프레슬리(휴스턴 애스트로스),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현역 빅리그 투수들에 이어 커쇼까지 참가를 결정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간 WBC에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던 커쇼가 이번 대회에 나선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 못지 않게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도미니카공화국이나 베네수엘라,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합류한 일본 등이 유력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미국의 경우 그동안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았다는 것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2020~2021 시즌 코로나19 팬프로스포츠 시장을 분석하는 '프런트오피스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올해 MLB는 팬데믹 직전 시즌인 2019 시즌과 비교해, 전체 관중이 약 5%가량 감소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역대급' 명경기들을 선보이며 TV 중계와 온라인 스트리밍 중계 시청률은 성공적이었으나, 이미 주 팬층의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팬데믹으로 인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는 분위기다. NFL(내셔널풋볼리그), NBA(미국프로농구)에 밀리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기폭제가 필요한데,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WBC를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보고 있다. 오랜만에 치러지는 국제 대회에서 '올스타' 라인업으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다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더 끌어모아 정규 시즌 개막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 야구 대표팀 역시 이번 WBC 그리고 뒤이어 치르게 될 국제 대회 성적이 중요하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과 태도 논란 등으로 적지 않은 '팬심'이 돌아선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곧 KBO리그에 직격탄을 날렸다. 야구 대표팀 그리고 WBC를 준비하는 KBO도 어느 때보다 큰 중압감 속에서 전장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미국의 행보를 주목해 볼 만하다. 각 대표팀의 같고도 또 다른 상황들이 이번 WBC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이 주관하는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은 빅리그 선수들의 출장이 가능한 국제 대회다. 이번 대회에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어간 선수들만 186명이 출전한다. 클레이튼 커쇼(34)가 보험 문제로 결국 출전이 무산됐지만, 여전히 많은 스타가 대회를 수놓을 계획이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선수는 단연 오타니 쇼헤이(28·일본)다.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21년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이어 지난해에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투수로도 규정 이닝을 충족하면서 더 완벽한 투타 겸업 시즌(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166이닝 투구)을 만들어냈다.
사이영상 투표에서 4위에 오른 오타니는 자유계약(FA)을 앞두고 이번 시즌 만반의 준비를 했다. 세계야구클래식은 오타니의 괴물 같은 시즌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예고편이 될 전망이다. 엘에이 에인절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세계야구클래식에서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고 중의 최고’ 마이크 트라우트(31)도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대표팀 주장을 맡은 트라우트는 데뷔할 때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정확성과 파워, 스피드 등 야구에 필요한 재능을 모두 타고났다. 야구를 위해 태어난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야구는 공격과 수비, 주루를 모두 종합해서 평가하는 ‘승리기여도’가 대중적인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트라우트는 2012년 이후 승리기여도에서 도합 81.4를 기록(팬그래프닷컴 기준)하고 있다. 같은 기간 2위 폴 골드슈미트(35)의 기록이 53.4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라우트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알 수 있다. 참고로, 미국 대표팀은 2위 골드슈미트와 더불어 4위 무키 베츠(30)도 출전한다.
베츠는 세계야구클래식 참가 이유에 대해 “트라우트와 같은 팀에 뛰어 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팀은 저스틴 벌랜더(40)와 맥스 슈어저(38), 게릿 콜(32) 등이 불참하면서 선발진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트라우트와 베츠, 골드슈미트, 트레이 터너(29), 놀란 아레나도(31) 등이 가세하는 타선은 무시무시한 전력을 자랑한다.
미국 대표팀보다 더 화려한 팀이 있다. 바로, 도미니카공화국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샌디 알칸타라(27), 내셔널리그 엠브이피 2위 매니 마차도(30),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훌리오 로드리게스(22), 챔피언십시리즈·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 제레미 페냐(25)가 총출동한다. 후안 소토(24)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3), 라파엘 데버스(26)도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에이스, 알칸타라는 구속의 신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시속 157.7㎞)이 선발 투수 전체 1위였다. 알칸타라는 포심 패스트볼과 구속 조절을 통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도 평균 구속이 시속 147.7㎞에 달했다.
지난해 KBO리그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시속 144.2㎞)보다도 빨랐다. 세계야구클래식은 투수들의 투구 수를 제한하지만, 알칸타라는 땅볼 유도로 맞혀 잡는 피칭에도 능한 투수다. 투구 수 관리를 잘한 덕분에 지난 시즌 리그 최다인 6번의 완투 경기를 해낼 수 있었다.
알칸타라는 도미니카 대표팀 승선에 대해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며 우승 각오를 내비쳤다. 세계야구클래식은 전 세계적으로 야구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의미를 둔다. 그래서 많은 선수가 정규리그 개막을 무릅쓰고 대회에 참가한다. 제발 부상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팬이나 구단이나 한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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